티스토리 뷰
형이상학 (Metaphysics) - 1.‘형이상학’이라는 단어와 형이상학의 개념
Rarus 2018. 6. 4. 02:35형이상학 (Metaphysics)
1. ‘형이상학’이라는 단어와 형이상학의 개념
‘형이상학’이라는 단어는 정의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다. ‘메타-언어’와 ‘메타철학’같은 20세기 신조어들은 형이상학이 어떻게든 물리학 “너머로 향하는” 학문이자, 뉴턴과 아인슈타인 그리고 하이젠베르크의 일상적인 관심사를 초월하는 문제들에 열중하는 학문이라는 인상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인상은 오해이다. ‘형이상학’이라는 말은 우리가 현재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으로 알고 있는 14권의 논문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그 말을 알지 못했다. (그는 형이상학의 주제에 해당하는 철학 분과에 네 개의 이름을 붙였다. : ‘제 1 철학 (first philosophy)’, ‘제 1 학문 (first science)’, ‘지혜(학)(wisdom)’, ‘신학(theology)’.)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적어도 100년 뒤에, 그의 저작들을 편집한 사람은 (로데스의 안드로니쿠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 열 네 권의 책에다 “Ta meta ta phusika(타 메타 타 퓌지카)”—“자연학(physicals)의 다음 것” 또는 “자연학적인 것들의 다음에 오는 것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자연학적인 것들(자연에 대해)”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이라고 부르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제목 1은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연과 자연세계에 관한 책이자, —다시 말해서, 자연세계의 분명한 특징인 변화에 관한 책인 “자연에 대해”를 완전히 숙달하고 나서야 형이상학에 입문해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형이상학(Metaphysics)』은 변화하지 않는 것들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이것이 개연성 높은 제목의 의미이다. 같은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1 철학의 주제를 “존재로서의 존재”, 그리고 다른 말로는 “제 1 원인”으로 정한다. 이 두 가지 정의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은 아주 훌륭한 —그리고 골치 아픈— 질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에 대한 답변이다: 불변하는 제 1 원인들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가변적 존재들과 공동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와 우리 경험의 대상들처럼 말이다. — 유사한 점이면서, 유일한 유사점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 대한 좀 더 자세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으려면 Vasilis Politis의 2004년 저작(『Routledge philosophy guidebook to Aristotle and the Metaphysics』)을 참고.)
우리는 ‘형이상학’이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주제인 “학문”의 명칭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할까? 2우리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다음의 명제들과 인접한 무언가를 우리의 입장으로 취해야만 할 것이다 :
형이상학의 주제는 “존재로서의 존재”이다.
형이상학의 주제는 존재들의 제 1 원인 이다.
형이상학의 주제는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다.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이 세 가지 명제들 중의 어느 것도 ‘형이상학’이라고 불리던 것의 주제를 논리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진술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 갑자기,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 철학자들이 자연학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하였던 많은 주제들과 문제들이 (예를 들면, 심리와 육체의 관계(심신 문제)라거나, 의지의 자유, 또는 자아의 시간에 따른 연속성 문제 같은 것들이다.) 형이상학에 속하는 것으로 재분류 되었다. 어떤 사람은 17세기에 형이상학이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범주이자, 인식론, 논리학, 윤리학 또는 철학의 다른 분과들에 속하는 것으로는 분류될 수 없는 철학적 문제들의 저장소가 되기 시작하였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존재론(ontology)’이라는 말이 발명된 것도 바로 이 때쯤이다. — ‘형이상학’이라는 말로는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는 공백을 메우고 존재로서의 존재에 관한 학문의 이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였다.)
후기 라이프니츠주의 학파의 전통적인 합리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이라는 단어가 이전에 그러했던 것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리스티안 볼프는 다음과 같은 장치로 그 단어의 더 넓어진 의미를 정당화 하려고 시도하였다 3: 형이상학의 주제가 존재인 한, 존재는 일반적으로도, 특정한 범주들 내의 대상에 관하여서도 탐구될 수 있다. 그는 존재 자체로서의 존재를 연구하는 학문인 4‘일반 형이상학’ (또는 존재론)과, 영혼이나 육체처럼 다양하고 특수한 유형의 대상의 존재를 연구하는 학문인 ‘특수 형이상학’의 여러 갈래들을 구별하였다. (그러나 그는 제 1 원인을 일반 형이상학에 넣지 않는다: 제 1 원인에 대한 탐구는 특수 형이상학의 분과인 자연 신학에 속한다.)
이러한 계책이 단순한 말장난 이상일 수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예를 들면, 도대체 어떤 면에서 합리 심리학의 5(영혼을 탐구하는 특수 형이상학의 분과) 연구자가 존재에 관한 학문과 마주하게 되는가? 영혼들은 다른 대상들의 존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가?—그리하여 영혼에 관해 탐구하는 사람은 영혼의 본질(즉, 그것의 특성들: 합리성, 비물질성, 불멸성, 그것의 능력 또는 물체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에 관하여 …)에 관해 배울 뿐만 아니라, 그것의 “존재 양상”에 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존재에 관해서도 무언가를 배우는가? 합리 심리학자들이 합리 심리학자로서, 우리의 존재에 대한 이해에 기여한 것으로 그럴싸하게 해석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말한다고 해도 많은 경우에, 심지어는 모두 사실이 아닐 것이 확실하다.
어쩌면 ‘형이상학’이라는 말이 더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자연학(물리학, physics)’이라는 말이 새롭고 수량화된 학문인, 오늘날 그 이름을 지니고 있는 학문의 이름(물리학)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며, 변화하는 것들에 관한 전통적인 철학의 여러 문제들의 탐구에는 (변화하는 것들에 관한 몇 가지 새롭게 발견된 문제들의 탐구에도) 점점 더 적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가 무엇 때문에 일어났건 간에, ‘형이상학’의 주제가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주제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려는 것은 오늘날의 용례와는 충돌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지난 3~400년 동안의 용례와도 충돌한다.) 더구나, 제 1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이러한 부정은 오늘날의 맥락에서는 확실히 형이상학적인 명제이다— 계열의 형이상학자들, 모든 것은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부류의 형이상학자들(헤라클레이토스와 유물론자이면서 유명론자인 최근까지의 많은 철학자들), 그리고 불변하는 대상들의 특수한 집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형이상학자들이(파르메니데스와 제논) 6있어 왔으며 지금도 존재한다는 사실과도 충돌하게 된다. 형이상학을 하나의 분야로 특징지으려고 시도함에 있어서, 가장 좋은 출발점은 전통적으로 형이상학에 속해 있는 무수히 많은 주제들을 주의 깊게 검토하는 일이다.
최초 게재일 2007년 9월 10일 월요일; 내용 수정 2014년 10월 31일 금요일
최초 번역 2018년 6월 4일 토요일 EJ_Rarus
원문출처 : https://plato.stanford.edu/entries/metaphysics/
- 옮긴이 주) Ta meta ta phusika.즉, 자연학의 다음 것. [본문으로]
- 옮긴이 주) 이후로 이 글의 저자는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형이상학』의 주제를 구분하여 글을 전개한다. [본문으로]
- 옮긴이 주) Christian Wolff, 1679-1754. 라이프니츠와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은 독일 철학자였다고 한다. [본문으로]
- 옮긴이 주) '존재한다'는 것과 '존재'하는 '존재자'에 대한 연구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 옮긴이 주) rational psychology. 실제로 학문분과를 지칭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어서 번역어 선택을 할때 고민이 되었다. [본문으로]
- 옮긴이 주) 여기에서 '불변하는 대상들의 특수한 집합을 부정'한다는 것은, 파르메니데스와 제논의 세계관에서는 이미 모든 대상의 어떠한 변화나 운동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불변성이 특수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본문으로]
'Philosophy > Stanford Encyclope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이상학 (Metaphysics) - 2.1 존재 그 자체, 제 1 원인, 불변하는 존재 (0) | 2018.06.08 |
---|---|
형이상학 (Metaphysics) - 0.서문 (0) | 2018.06.02 |
- GUI
- GUI 프로그래밍
- java
- metaphysics
- Philosophy
- processing
- processing reference
- PyQT
- PySide6
- Pyside6 사용법
- Python
- Qt for Python
- StanfordEncyclopedia
- 스탠포드철학사전
- 철학
- 철학사전
- 프로그래밍
- 프로세싱
- 프로세싱 레퍼런스
- 프로세싱 레퍼런스 한국어판
- 프로세싱 레퍼런스 한글판
- 프로세싱 사용법
- 프로세싱 튜토리얼
- 형이상학
- Total
- Today
- Yesterday